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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하나니까 세계는 하나니까 편하게 자고 아침을 맞으니 몸도 마음도 안온하다. 오늘은 센트럴 지역으로 점심 식사하러 나가자며 딸아이가 준비를 서두른다. 11시에 출발. 2층 버스를 타고 너른 시야를 즐기며 시내로 향한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도시답게 다각도로 보이는 바다가 이제는 평범한 경치로 눈에 익었다. 이곳 체류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초고층 아파트나 좌측 차선을 이용한 차량의 주행로, 멀리 가까이 보이는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익어 자연스럽다. Central city에 내려 깔끔하고 편리하게 조성된 포장도로를 걷는다. 화려하게 크고 높은 건물끼리 연결된 통로를 지나 중심가 오르막길에 설치된 에스커레터를 타고 100여 미터쯤 올라간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별을 내용으로 한 청춘들의 이야기인 영화 중경삼림.. 더보기
혈당이 떨어져요 누구와 약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東通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홍콩역으로 가다가 중간쯤 되는 南昌 역에 내려 다른 철도로 갈아 타고 침사츄이 역에서 내렸다. 번화가를 걷고 돌아 목적지 식당으로 가는 길이 복잡한데다가 대낮의 햇볕이 은근하게 더위를 느끼게 한다. 찜통더위는 아니더라도 촉촉하게 땀이 날 정도로 걷는 시간은 12시 반쯤 되었다. 은근하게 시장기가 밀려오는데 아내는 "혈당이 떨어져요." 한다. 이런 경우 곁에 있는 내가 더 긴장되고 마음이 바빠진다. 온몸에 기운이 빠져 다리가 떨리고 진땀이 흐를 정도란다. 무리하게 좀 더 걷는다면 길 위에 쓸어 질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가방 속에 들어있는 당분 섭취용 초코렛을 입에 넣었는데도 견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길옆 상점에 들어.. 더보기
공차를 마시며 貢茶를 마시며 한국을 떠난지 열흘이 되었다.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국적이 다른 요리도 먹고 풍물이나 인종 등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나름대로 판단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디에 살던지 시속 80Km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의 느낌은 똑 같다. 딸네가 이곳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이며 손자 녀석들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대감도 이제는 어느 정도 만족하게 되어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만 헤어져야 한다는 會者定離의 그물 속에 갇힌 마음이 조금씩 서운해지고 있다. 길을 걸으며 유심히 보면 홍콩도시 어느 곳이던 깨끗한 인상으로 감동을 받는다. 거리의 화단이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흙 한 샆 구할 수가 없다. 우리 대한민국도 어느 거리를 물론하고 청결하게 유지되고 대개의 설치물이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듯이.. 더보기
뚜껑 없는 관광버스에 비는 내리고 제목 : 뚜껑 없는 관광버스에 비는 내리고 두번째 맞는 일요일, 2주일간의 체류 날짜가 달랑 사흘 남았다. 딸과 사위는 우리 항공권을 예약할 때부터 1개월 이상 머물다 가시라고 권했지만 내 생각으로는 1주일이 적합할 듯 했다. 그런데 코로나 역병으로 인해 몇 년간 오고 가지 못한 것도 아쉽고 내 나이를 생각해 보니 내 건강을 내 마음대로 장담할 수 없는 때라는 것을 알아 결국 2주간 머물기로 계획을 수정했던 것이다. 주변에서 가까운 친구들이 그만 세상을 떠나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나 좋은 대로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속절없이 빨리 흘러간 날 들은 벌써 돌아갈 준비를 서둘러야할 시점에 이르고 말았다.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 서가에 진열되어있는 책자를 들여다보다가 어느 곳에선가 回.. 더보기
그리운 얼굴 그리운 얼굴 홍콩 딸네 집에서 생활 한지 열이틀 째다. 사위와 딸아이 사는 모습도 보고 손자아이들 성장하는 현장에서 함께 지나는 동안 돌아갈 비행기 예약한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아무 걱정 없이 안락한 마음으로 관광할 수 있는 주변 환경과 조건이 감사하다. 하지만 평생 근면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세대로서 분에 넘친다는 생각에 혹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아침 식사는 근처 얌차(飮茶) 식당에서 외식으로 해결했다. 이름 모를 홍콩요리의 종류는 헤일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예닐곱 가지의 요리가 차례차례 나오는 기름진 음식을 아침식사로서는 좀 과하게 먹고 그곳 발음으로 옹핑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형 부처상이 있는 곳인데 관광성수기가 아닌데도 많은 내외국인들이 붐비.. 더보기
홍콩할머니와 함께 홍콩할머니와 함께 2주간의 체류기간 중 마지막 날이다. 우리가족들 끼리는 홍콩 할머니라 부르는 김영실 여인과 함께 야퉁 시장에 갔다. 지난번에 점심 한 끼를 그녀에게 대접 받은 적이 있어서 우리도 답례 차원으로 기회를 만들자는 계획으로 아내와 함께 시장 나들이에 동행해 줄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걷는 길이 좀 멀기는 했지만 바다에 인접한 원주민 마을을 지나는데 우리네 살림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오른편 무릎 안쪽의 통증으로 걷기에 편치가 않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척 천천히 걷자니 시간이 걸린다. 재래시장인 고로 우리네 시장 좌판의 식료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들이다. 잠시 돌아본 나는 바깥 *바우히니아 그늘 벤치에 앉아 여인들의 쇼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장을 다 보고 나온 아.. 더보기
홍콩을 떠나며 홍콩을 떠나며 (Out of The Hong Kong) 이른 시간에 일어나 등교하는 손자 아이들을 가볍게 안아주며 인사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아버지는 이미 홍콩을 떠난 뒤 일 거야 잘들 있거라.” 큰 놈은 벌써 눈물이 가득하다. “여름방학 때 한국에서 만나자” 라며 다독여 보냈지만 움직일 때마다 많은 경비가 발생하는 고로 그 말 역시 조심스럽다. 인생을 지나보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것과 젊은 시절에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전 9시 반 못되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12시 30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최소 두 시간 전에는 출국 수속을 해야 한다. 이들이 사는 곳은 홍콩 란타우섬, 통청(東通)지역 고층 아파트 Coastal sky line이다. 방 .. 더보기
[수필] 초부 시인 (1,2차 퇴고 완료) 단원(檀園) 김홍도의 작품 중에 도강도(渡江圖)라는 그림이 있다. 먼 듯 가까운 듯 강안(江岸)으로 작은 언덕이 보이고 선객을 태운 나룻배 한 척이 물살을 가르고 있는 그림의 상단에 시 한 편이 실려 있다. 東湖春水 碧於籃 白鳥分明 見兩三 (동호춘수 벽어람 백조분명 견양삼) 동호의 봄물은 쪽빛보다 푸르고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두세 마리 해오라기 柔櫓一聲 飛去盡 夕陽山色 滿空潭 (유노일성 비거진 석양산색 만공담) 노 젓는 소리에 다 날아가고 노을진 강물위로 석양의 산색이 가득하구나. 이 시의 작가는 조선중기 초부樵夫라는 가난한 노비의 신분이다. 그의 본명 정봉鄭鳳(1714~1790) 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초부라고 불리어 지기를 원했다. 그가 쓴 시 동호범주의 시적 감흥과 그의 신분에 천착穿鑿하게 되니 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