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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일지

어째 김치를 모를까

[香港日誌] 어째 김치를 모를까

 

  오늘 아침 식사는 여기 문화에 익숙해진 대로 외식으로 해결했다. City gate 라는 대형 쇼핑몰에는 비교적 여러 종류의 물품들이 거래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지하 혹은 1층 상가에는 먹거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 외의 다른 층에는 찻집이며 패션 가방 신발 등 우리사회와 비슷하거나 같다고 본다. 유행이나 필수품의 진화 및 발전은 세계가 하나로 통하기 때문에 같을 수밖에 없다.

  그곳 대형 쇼핑몰에서 정갈하고 간단하지만 기름진 메뉴로 식사를 마치고 귀가해 오전시간을 보낸다. 딸아이는 우리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부모에 대한 대접이 부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집에 앉거나 눕기라도 하면 편하게 쉬는 것이고 넉넉하고도 걱정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도 흐뭇하고 감사한 마음에 젖을 뿐이다.

  엄마, 오늘은 따이오(大澳)에 갈까? 딸애의 진정을 아는 고로 우리는 좋다고 했다. 다시 채비를 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11번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높은 고개를 두 번 쯤 넘고 바다가 보이는 해안 길을 따라 50분쯤을 달려 목적지에 도달했다. 젊은이 보다 노년들이 더 많은 어촌 마을에 그리 많지 않은 관광객들이 구경할 만한 곳을 기웃거린다. 이곳을 오가는 주민들이나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나 옷차림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검소한 편이다. 우리 역시 딸애 말고는 그곳 주민들 스타일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이그저 그러한 차림이다. 하긴 나이 80줄에 접어든 노년의 입성이나 구부정한 체형이 아무리 꾸며 입는다 해도 별로 돋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남들 보기 좋게 입고 다닐 이유도 없다. 

  따이오 (大澳) 라는 시골 작은 어촌, 옛날 홍콩 오지의 생활상에서 크게 발전된 것 같지 않은 주택의 집합마을이다. 수상가옥이 아직도 바닷물에 떠 있는 것 같은데 화장실 정화조 폐수나 생활하수는 어디로 어떻게 배출하고 있는지. 혹 보이지 않는 곳에 정수시설이 완비되어 있는가는 알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정녕 청결하다고는 느낄 수 없는 고만고만한 주거형태가 물위에 떠있는 듯 땅에 붙박이로 박혀있다.

  골목마다 볼꺼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潮水가 드나드는 물가에 자생하는 맹그로브 숲과 溫帶性 수목에 피어난 작은 꽃잎에서 이국적 느낌을 받는다. 돌아 나오는 길에 따이오에 관한 역사 전시관이 있어 잠시 둘러보며 히스토리를 이해하려 애쓴다. 한자 표기를 읽어 대충 알게 된 내용은 18세기 초 중반 염전 사업이 성행하던 곳이라는 것외에 크게 부각되었던 곳은 아닌듯 싶다. 지금은 관광객들로 인해 소단위 상행위가 이루어져 주민들의 생활이 유지되나보다 하는 내 소견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좀 더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겠지만 그렇다 해도 좁은 면적과 그와 같이 미비한 시설로써는 크게 융성해질 것 같지는 않다. 그곳에서 운영하는 영업용 작은 보트를 이용 마을앞 바다를 돌아오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가끔씩은 바다에서 유영하는 핑크 돌고래의 무리도 볼 수 있다는데 그리 흔한 일은 아닐 성 싶다. 딸애는 오늘도 그 보트를 타보자고 제안을 했는데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몇 년 전 승선했을 때에 쾌감보다는 함께 있던 손자들의 안전이 걱정되어 애태우던 기억이 새로워 오늘은 보트를 쳐다보는 것도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店房에서 기름에 튀겨내는 무슨 간식 같은 게 있어 아내가 넣어주는 대로 받아먹어보니 달콤하고 고소한 게 바삭거리는 도너츠 맛이다. 내 인생 중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한적한 관광지를 거닐며 아내가 입에 넣어주는 간식거리를 받아먹으며 만년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감사한 하루가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흘러간다. 평생 쉬는 날 없이 이런저런 일에 매달려 지냈어도 살림은 언제나 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

   한 시간 쯤 돌아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이 있는 란따우섬 東通 역에 내렸다. 음식점에 들러 홍콩식 중국음식을 시켜 점심으로 먹는다. 고급 음식이지만 이들의 기름진 요리를 거의 매일 먹는 것은 전통음식의 맛과 질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트리기 쉽다. 볶은 고기 튀긴 새우 기름진 국수 속에 익은 고깃덩어리, 면, 볶은밥, 만두, 라멘 등 기름에 튀긴 딤섬요리를 먹는데 어째 김치가 없을까. 징건한 음식에 김치를 얹어 먹는다면 그 맛은 훨씬 고급스러울 텐데.  

   "여기 사람들은 애초에 이렇게 먹는데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김치가 필요 없을 것" 이라며 내 식성을 알고 있는 딸애가 먼저 말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김치 맛을 이들이 모르기 때문에 그냥 먹는 것뿐이다. 잘 익은 배추김치의 그 매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알게 된다면 요리의 맛은 완성될 것이고 이들의 식탁에도 빼놓을 수 없는 식찬이 될 것이다. 그런고로 김치는 분명히 세계적인 음식으로 인정받고 모두가 선호하게 될 것을 믿는다.

  오후시간은 아파트 거실에서 공항을 이륙하는 여객기와 바다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을 내려다보면서 편한 마음으로 쉬고 있다.  끝.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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