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음대생 둘이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 들어가려는데 주머니를 털어도 입장료가 모자랐다. S석은 20만원이고 일반석이라 해도 5만원인 비교적 고가의 연주회 였다. 포스터의 사진만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만 돌아가려는데 잘 차려 입은 어떤 귀부인이 이들 곁으로 다가 왔다. “학생들, 이곳에 들어가려 하나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마침 입장료가 모자라서 그만 돌아가려는 중입니다.” 그랬더니 이 귀부인이 말한다. “내게 티켓이 두장 있는데 괜찮다면 이것을 드려도 될까요?” 두 학생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의아하게 그 귀부인을 바라만 보고 있으려니까 그 녀가 다시 말한다. “놀랄것 없어요. 실은 오늘 우리집 남편하고 둘이 이 음악회에 가려고 예약을 해 놓았는데 남편이 갑자기 취소를 통보 해 온 거예요. 기분도 썩 좋지 않고 나 혼자서는 들어갈 마음도 없어서 그냥 돌아가려다가 학생들을 보게 된 거라우.” 전후 사정을 알게된 학생들은 사양하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을까. “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런데 그만한 가격을 다 드릴 순 없는데요” 하며 멈칫거리니까 이 여인은 귀부인답게 고상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니예요. 그냥 무료로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아무런 부담 갖지 말고 좋은 시간되기 바랄께요” 하면서 사각 봉투에 들어있는 두 장의 티켓을 꺼내어 주고 아무런 미련도 없는것 처럼 계단을 내려간다. 이 날의 연주 프로그램은 그 유명한 첼리스트인 로스포 비치의 내한 독주회 였다. 두 학생은 연주회 장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보니 맨 앞좌석 한 가운데인 S석 중에서도 가장 로얄 석이라고 할 만한 특별 좌석이었다. 화려한 무대에서 물처럼 꿈길처럼 흐르는 첼로의 선율을 온 몸으로 들으며 로스포 비치와 눈길까지 주고받는 가운데 첼로 음악에 완전히 빠지게 되었다. 낯선 한 여인으로부터 받은 예기치 않은 호의에 의해서 이들은 큰 감동을 받게 되었고 그날의 감동이 이들이 전공과목을 첼로 연주로 바꾸게 되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들은 졸업을 하고 각자 첼로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KBS 크래식 FM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첼리스트인 배일현의 이야기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진로는 예기치 않은 계기가 있어 바꾸어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분야로 흘러가게도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들의 모임 역시 여러 분야에서 전공이 다른 이 들이 합하여 합창단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서로 다른이들 끼리 주고 받는 주님 안에서의 우정과 교제로 남성 성가단원인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이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관여하시는 은총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