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천광노 형제, 그가 추천사를 보내왔다. 고마운 일이다. 나에 대하여 느낀 바를 표현한 그의 찬사가 더러 과장된 부분은 있어도 전혀 가당치 않거나 인사치레가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그는 어느 누구의 비위를 맞추거나 기분을 고무시키기 위한 립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대할 때 꾸미거나 숨김이 없으니 나를 보는 그의 느낌에도 가식은 없을 것이다. 그의 추천사 중 내 심성을 ‘소탈· 담백· 격의 없고 고상한 글벗’ 이라고 한 비교적 좋은 표현을 나는 수긍한다. 반면에 스스로 내 글을 책으로 묶어 독자들께 보여드릴 용기나 도량은 갖지 못한 유약한 이 라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었다.
2001년도에 월간 수필문학사에서 추천완료(薦了)로 등단하고 때때로, 혹은 가끔씩 내가 등단한 문예지와 수필 전문지인 『에세이스트』 에 작품을 발표했으니 이만하면 이제 중견작가라는 평을 들을 만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무엇에나 낯설어 하는 성격 탓에 어디서나 초보 작가와 같은 미숙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작가는 글로 평가를 받고 작품으로 말하는 것인데 내 이름으로 출판된 수필집 한 권 없다보니 일반 독자는 물론 동료작가들 가운데서 조차 나를 모르는 분이 많다.
주변에서는 많은 회원 작가들이 수필집을 上梓했고 나는 월 평균 한 두 권씩은 증정본을 받고 있다. 많은 작품집을 받았으나 다 읽은 것도 있고 더러는 읽다가 그만 덮어버린 것도 있다. 한 두 작품을 읽고 나서는 더 읽기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품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 정서와 맞지 않는 내용일 때 더욱 그러하다. 시, 수필, 또는 다른 장르의 문학작품이라도 독자의 취향과 정서를 충족시켜 흥미를 유발시키거나 감동을 주었을 때 비로써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만인이 읽고 공감하며 환호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평론가의 펜 끝에 의해 혹독한 채찍질을 당하고 섭섭해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 글, 내 수필, 내 작품은 어떠한가. 평론가에 의해서 좋은 평을 받은 적도 있었고 부분적으로 아쉬움을 지적받은 적도 있었지만 심한 악평을 듣고 좌절한 적은 없다. 그러나 선배작가들이나 수필 계의 별 같은 분들의 작품을 읽으며 비교할 수없는 열등감을 느낄 때 내 글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의욕은 슬그머니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쓴 수필집이 독자의 손에 들려 읽혀지기를 원하나 내가 그러했듯이 한 두 페이지 읽고 그만 덮어버리는 허접한 내용이라는 낙인이 찍힐 때의 그 민망, 참담, 수치스러움을 어찌 견디랴.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 하지는 못하더라도 흥미조차 줄 수 없는 수필집이라면 차라리 창고에 쌓아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내 수필을 스스로 평가한 결론이었다.
글의 작품성을 꽃에 비유한 어느 회원 작가의 표현에 동의 한다. 세상에는 헤일 수 없이 많은 꽃들이 있다. 고급스러운 향의 화려한 꽃을 일컬어 마음을 울리고 깊은 깨달음에 도달하게 하는 좋은 수필이라 한다면 그만 못한 수필은 말없이 들녘에 피어나는 들꽃에나 비교할까.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창조주의 솜씨로 빚은 그대로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들의 조화로움이다. 그렇다면 들판 가득 피어난 꽃들이 온통 장미꽃으로만 채워졌다면 향기는 있어도 그리 조화롭지는 않을 것이다. 장미나 백합 사이사이에 피어나는 야생화의 무리들이 있어 자연은 더욱 아름답다. 온통 장미나 백합꽃만을 피워 낸다면 인공으로 만들어진 화원에 불과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반감될 것이다. 예쁜 꽃, 좀 덜 예쁜 꽃... 이러한 글이 문단이라는 화원에 피어날 때 수필문학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더욱 발전 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토요신문과 일간 충청시대에서 논설을 쓰면서 민족의 스승이신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일대기를 전 다섯 권의 다큐멘터리 소설로 완간하신 천광노 형제와 가깝게 교우하게 된 것이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 그는 내 글을 몇 편 읽고 나서는 많은 독자가 함께 읽고 감동해야할 작품이라며 단박에 출판을 계약하도록 모든 조건이나 일정을 조성해 주었다.
그의 인간다움과 정치적, 사회적인 높은 안목으로 써 내려가는 논설의 깊이와 장편 다큐소설인 『월남 이상재』를 읽고 감화되었다. 자료 수집 및 확인을 위하여 미국, 일본 등을 직접 답사하며 무려 5년 이라는 긴 세월을 작품 하나에 몰두하며 이상재 어른의 일대기를 거침없이 써 내려간 필력에 매료되어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를 대하고 있다.
사이버라는 공간속에만 저장되어있던 글이 주변의 권유에 의해서 출판되어 햇빛을 보게 되는 인성수필집, ‘휘파람새의 전설’, 이 책 한권이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독자 모든 분들께 좋은 느낌을 줄 수야 있으랴. 다만 상처받았거나 메마른 영혼이 있어 내 글을 읽고 공감하고 위로 받는 단 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만족 할 것 같다.
2012. 10.
천마산 봉우리가 보이는 창가에서
저자 서 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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