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둘러봐도 진초록뿐인 산골에서 문안드립니다...
여름을 주신 창조주의 마음을 생각하며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니 감사뿐입니다.
가뭄에 애태웠지만 비가 내리니 화단에 꽃들이 살아나고, 수영장에 물이 넘칩니다.
자라지 못하던 밭작물들도 무럭무럭 자라 식탁엔 호박, 가지, 감자로 풍성합니다.
비가 조금 늦게 와도, 많이 와도 난리가 나는 우리네 삶은 하나님 손 안에 있지요.
이른 비와 늦은 비로 우리를 이끄시는 섭리는 사랑인가 봅니다.
가뭄에 소방차 급수로 살다보니 우리 식구들의 비 사랑이 생겼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하늘을 보며 정숙이가 한마디 합니다. “고마워... 고마워...”
기명이가 옆에서 거듭니다. “아... 좋다. 더 더 더 더 많이 와라... ”
평소 제법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직수씨가 한 술 더 뜹니다. “밤새 와라... ”
가뭄에 나름 힘들었는지 무조건 많이 오면 좋은 줄 아네요.
51살인 경순씨는 지적장애 1급입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남성 아이 돌 그룹이 나와 노래하는 것을 즐겨 봅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남자 연예인 사진을 오려 자기방문이나 장롱 문에 붙여 놓지요.
엊그제 우리 경순씨 장롱 문을 보고 우리 모두 빵 터졌습니다.
배우 공유 사진을 오리고, 브이하고 찍은 자기 사진을 오려서 함께 붙이니 마치
같이 찍은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여름이면 등나무 아래 평상이 식구들에게 인기 최고지요.
벌러덩 누워 노래 부르기도 하고, 길게 엎드려 동화책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깔깔 대기도 하지요.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커피타임이 이루어집니다.
비가 내린 오늘은 평상이 젖어 있고 떨어진 나뭇잎으로 지저분했지요.
평상에서의 시간을 누리고 싶은 식구들이 비가 오는데도 평상을 치웁니다.
비 오니 다른데서 먹자고 해도 이슬비라 괜찮다네요.
냉커피 한잔씩 들고 행복해 하는 식구들의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공무원이 된 기쁨이가 3주치 월급을 받았습니다.
젤 먼저 식구들에게 맛있는 것 대접하고 싶다며 삼겹살을 샀습니다.
맛있게 구워 온 식구를 섬기는 그 맘이 참 예뻤지요.
돕는 손길 덕분으로 컸고 이 자리까지 왔으니 갚으며 살겠다고 합니다.
25년을 한결같이... 어김없이 돕는 손길로 살았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이지요.
기도할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7월 24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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