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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동산에서 온 편지

봄이 더디 온다고

봄이 더디다고 맘을 졸였지만... 봄은 오고야 말았네요.

온갖 꽃 잔치가 열린 산골에서 봄 인사드립니다.

 

까매진 얼굴로 들판을 다니며 나물을 뜯어 나르는 정숙이의 봄날은 찬란합니다.

덕분에 쑥국, 쑥전, 쑥 튀김, 쑥 개떡... 쑥 범벅입니다.

 

조용히 산을 들락거리며 제법 자란 달래를 캐오는 선영이...

캐오는 나물보다 말이 더 많은 기명이...

샘이 난 배여사도, 혜연이도 합세하면 저녁에 한 바구니가 되니 봄입니다.

생명의 주인은 창조주이시니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지적장애인 제경이는 94kg이던 몸무게가 요즘 55kg이지요.

다이어트에 힘든 시절이 지나가고... 요즘은 수험생처럼 공부중입니다.

긁적긁적 하루 종일 공책 한권은 뚝딱 쓰지요. 펜도 이틀이면 끝납니다.

자기 이름도 못쓰지만 본인은 공부 잘한다고 생각하지요.

저녁 목욕 끝내고 식구들 둘러 앉아 떠들고 노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애교 부리듯 등 긁어줘... ”합니다.

긁어주니 나 공부 많이 했어.. 하며 새 공책과 펜을 달랍니다.

몸무게가 줄어 날아다니고... 공부 잘한다고 매일 칭찬 듣고...

제경이의 봄날도 행복이네요...

 

 

지적장애 3급인 선영이는 39살입니다.

미혼모의 집에서 아이를 2명이나 낳고... 16살에 우리 집에 오게 되었지요.

칫솔질에서부터 목욕까지 도와줘야 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가르치는데 타고난 차분한 성품과 말 잘 듣는 장점으로 좋아졌지요.

12개짜리 퍼즐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3000피스를 거뜬히 해냅니다.

생각 끝에 자립을 결정했습니다.

옆에서 도와주고 챙겨줘야 하지만 스스로 살 수 있게 된 것은 은혜입니다.

선영이가 더 행복하고 더 보람된 날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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