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홍콩을 다녀왔다. 내 근황을 아는 이들이라면 무슨 일로 왜 갔었느냐는 질문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
이다. 다 알고 있기 때문. 깨끗한 주거환경,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며 밝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표정이 역동적이었다고 느낀 며칠간이었다.
물론 나는 윤우네 집 근방과 낮 시간의 복잡한 거리풍경만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고 환락적인 분위기나 그 나라 밤거리 문화라든지 오묘하며 휘황한 일들에 대하여는 알 수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으니 소경 코끼리다리 만지고 온 격이기는 하다.
섭씨 32도의 무더운 홍콩시내에 열대성 소나기가 퍼 부어 좀 시원하게 숨통이 터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인 그곳의 풍광은 대중교통마다 만원을 이루면서 바쁘게 오가는 모습에서 각자의 업무에 충실 하는 생활상만 보다가 돌아왔다.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은 배를 타거나 케이블카, 혹은 이층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도하고 제니퍼 죤스와 윌리암 홀덴이 사랑을 나누었다는 먼 옛날의 그 언덕에서 시내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모처럼의 일탈을 즐기기도 했다. 아직도 선명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명화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윤우네는 서울에서와 별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과 정말로 다를 바 없었던 것은 유치원 가는 버스까지 이 녀석을 데려다 주고 다 끝난 뒤엔 같은 장소에서 다시 받아오는 일을 주로 할머니가 즐겨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눈이 정말로 답답할 만큼이나 어두운 할미인데도 그 동네 지리는 물론 나를 위해 능숙하게 다른 길을 안내하는 것으로 보아 두어 달 그 곳에서 생활한 흔적이 역력하기도 했다. 가령 지하철 홍콩 역에 내려서 방향감각마저 혼미한 나를 이끌고 바다건너 괜찮은 음식점까지 안내하는 것은 여기서는 생각도 못할만한 길치를 면한 발전이었다.
올 여름의 한국의 무서운 더위를 보내고 겨우 살만 하게 된 계절에 열대에 가까운 나라에 도착하고 보니 지난여름의 대책 없던 더위 속으로 또 한 번 내 몰린 꼴이 되고 말았다.
아비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먼 곳 까지 온 것을 귀하게 생각하는 딸아이 내외는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생활비를 쪼개가면서 좋은 음식과 볼 만한 곳을 안내하기에 최선을 다 한다.
부처상을 보러가기 위한 농핑 이라는 관광지로 올라가는 케이블 카. 저 아래로 멀리 보이는 아파트 중에 하나가 윤우네가 살고 있는 캐러비안 코스트다. 총 60층 건물중 46층
그런데 그런 모든 것들이 나는 부담스럽고 또 미안하기도하다. 자식들도 장성해서 제 생활을 하게 되면 나를 위해 소비하는 여러 가지들로 마음이 편치가 않은 것은 자식의 경제생활을 걱정하는 아비의 참 마음일 것이다. 관광도 좋지만 얼른 돌아가는 것이 나를 위하고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다.
마카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다녀가는 세나도 광장 분수대
마지막 날 마카오 가는 배를 타고 한 시간 만에 폴투갈 점령지였던 곳에 도착했다. 영국과 폴투갈의 국력차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의 색깔이 다르다. 시설이 다르다. 수준이 다르다는 표현은 윤우의 행동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윤우가 어른들과 함께 마카오 시내의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른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윤우는 손으로 코를 막고 들어가기를 싫어한다. 홍콩에서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알 듯 모를 듯 한 중국어 판촉글귀가 혼란스러운 마카오 시내의 한 의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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