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 이야기

윤우 이야기 (작별 상상편)

 

윤우를 제 부모한테 돌려보내야 할 일이 생겼다. 지난 봄 어느 날부터 딸 내외가 주고받는 이야기의 내용이 평범치가 않다고 느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비해서 연봉이 어떻다느니, 오랫동안 정든 직장을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느니 또, 아이의 외래어 교육을 위해서라면 해외에 나가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말 들이 오간다 싶었다. 젊은 아이들 일에 간섭하는 것 같아 정식으로 말 할 때까지 모른 척 하고 지냈다. 그런데 확실치 않던 일이 결정된 듯 며칠 전 사위가 사태의 전말을 말 하는 것이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같은 업계인 어느 외국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생각 해 봤는데 그 쪽 회사로 옮겨가는 편이 지금보다는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한다. 한 家長이 앞날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혼자서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아직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구상이나 계획에 대한 갈등으로 한 편 불편했을 것이다.

 

  일생에 관한 문제이니 경솔한 결정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잘 한 일인지에대해서 아직도 불안한 상태인지라 인생 선배이며 어른인 내게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할 합리적인 이유를 얻고자 함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의 뜻이 있어 부부가 함께 결정을 했다면 새로운 직장과 업무에 도전 해 보는것도 좋겠다는 내 생각을 말해 주었다. 지금까지의 직장에 대한 미련은 얼른 잊고 새로운 직장에 속히 적응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라며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결단을 찬동해 주었다.

 

 며칠이 지난 뒤, 모든 것을 결정했다면서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회사인지라 현지로 출국하기 까지는 어느 정도의 준비기간이 있어 당분간은 서울에 있는 사무소로 출근을 하게 되어 일단은 종전대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되었다.

 

 그들이 가면 당연히 윤우를 데리고 떠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딸 내외가 외국으로 옮겨간다는 사실 보다는 윤우를 우리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현실이다. 윤우를 떠나보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아내는 벌써부터 풀죽은 무명옷처럼 힘이 없어 보인다. 평소 주말이나 휴일에 윤우가 제 부모를 따라 외출이라도 한 뒤 라든가 아이가 낮잠이라도 좀 길게 잘 때에 아내 혼자서 집안을 서성이는 것을 보면 우리 집안은 썰렁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떨어져 있어도 마음 둘 데가 없이 허전한데 기약 없는 세월을 작별 한 뒤에 우리의 생활 패턴이 어떻게 변하게 될는지는 아직 종잡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윤우와 할미 둘만 있을 때 아내가 윤우에게 말했단다. “윤우야, 너 엄마아빠랑 외국으로 가고 나면 할머니는 윤우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지?” 라고 했더니 아이는 금방 울음을 터트리면서 “할머니도 같이 가요. 할머니 사랑해요...” 라며 할미한테로 안기더란다. 앞으로 아이에게 그런 말 절대로 하지 말라고 아내에게 당부했지만 나도 혼자 있을 때 가만히 생각하면 나날이 새롭게 변하고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국을 떠난 뒤 십 수 년 만에 청년이 되어 돌아온 윤우를 만나게 된다면, 그리하여 우리 내외가 알아들을 수없는 영어나 현지어로 꼬부라진 발음을 해 댄다면 찔레 순처럼 연하고 풀 냄새처럼 무구한 윤우의 지금의 모습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아니, 그것은 차라리 행복한 만남이려니와 어느 산골 큰 나무아래 평토장으로 묻힌 내 유골 앞에 서서 낮선 모습으로 머리를 조아린다면 그 허망함은 어찌하랴.

 

 어린아이와의 정이란 생판 남남 간에도 사랑스럽고 애틋한 것이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어린 손자와 주고받은 핏줄간의 정일진대 어찌 무심 할 수 있을까. 이러한 할아비의 걱정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르는 윤우는 오늘도 새로 터득한 단어를 기름지게 구사하면서 햇살 밝은 냇물처럼 반짝이며 흐른다.

                                                                       

                                                                                           2011. 7.

 

                                                                               

이 글을 읽은 내 누님께서 댓글로 달아준 내용을 아래에 게재한다.

왜냐 하면,

인터넷과 메일을 시작하고 며칠 안되어 아직도 초보의 수준을 면치 못한 노년의  그녀가

만한 글을 타이핑 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희귀성으로 인해 소중한 글이란 판단에서 이다.

 

사람 살아가는 이치로 따진다면 누님의 지적처럼

 "나무 밑에 묻혀있을 유골 운운"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건 내 상상을 수필로 엮은 것일 뿐이니까 이해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 년 전 회사를 사직할 때 총무과 김 과장이 내게 써준 글 중에 會者定離 란 글귀가 생각나네.

  혈육 간에 쓰일 말  은  아니겠지만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진리야.

  그렇지만 귀엽고 잘생기고 훤칠한 하나밖에 없는 손자가 품안을 벗어난다니 많이 서운하겠다.

  그러나 네다섯 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거리인데 너무 서운해 하지 말게나.

 

  윤우는 능력 있는 부모만나서 외국인학교에 다니며 특별한 교육을 받게 되니 행운이지.

  그리고 외손자에 너무 집착하지 마. 친손자도 마찬가지고. 모두가 짝사랑이야.

  할아버지 할머니는 서열상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보다 뒤에 있다니까.

 

  홍콩의 화려한 도시에서 윤우 데리고 여행 다니는 즐거운 상상이나 하시게.

  나무 밑에 묻혀 있을 유골 운운 하지 말고....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흔 여섯번째 결혼 기념일에  (0) 2011.11.21
윤우의 눈물  (0) 2011.07.22
영정사진 찍던 날  (0) 2011.05.02
[수필] 윤우 이야기 (위험한 윤우편)  (0) 2010.01.02
정동진 바닷가 (2007. 9/18)  (0) 200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