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부터 계획 했던 일이었다.
영정 사진을 찍기 위해서 준비한 날 오늘 2011년 5월 초 하루.
사진이야 아무 날이나 촬영하면 되겠지만
마침 집안에 혼사가 있어 머리 손질도 하고 의상도 갖춰 입은채 예식장에서 멀지 않은
그 댁 소유의 매실밭이 있는 산으로 가서 촬영하기로 하고 오늘로 잡은것이다.
그 어느날이 될는지 모르나 이 분의 부음을 듣고 찾아온 가까운 문상객들에게
늙고 추한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젊은 영정으로
장례식에 온 조문 객 들을 맞는 것도 하나의 예절이다 싶어하는
그 분의 뜻을 진정으로 공감 했기 때문이었다.
가난했어도 별처럼 반짝이는 품성이 장래가 엿보이던 어린시절,
부모님과 이웃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던 젊고 활기찬 청춘의 시절,
성숙의 아름다움으로 현모로서, 양처로서 맡은 일에 한 치 실수없이 자식들 양육하고
성가 시킨 뒤 손자 안아보던 시절 다 보내고
생각하면,
이제 치러야 할 큰 행사가 있다면 행복하게 죽는일만 남은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뜻으로 나는 오랜만에 사진기를 챙기고
삼발이에 망원렌즈까지 준비해서
그 내외분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매실 밭, 그 산 자락 그 햇살 아래서
무거워도 가벼운 마음으로 십여장 촬영을 마쳤다.
아무런 감회도 없는것 처럼,
평온한 마음 가짐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그분이나 동행한 가족들도 함께 웃으며 즐긴 시간이었다.
온 정성을 다해서 가꾸고 있는 매실나무 가지마다
꽃은 지고 파란 잎새가 돋아나고 있는 오월의 첫날
영정 사진을 찍는 마음이나 찍히는 마음이 세월의 바람앞에 힘없이 흔들렸던것도 사실이다.
그래 아무렇지도 않게 세월을 받아드리자.
그런데 오늘 찍은 영정사진을 나는 볼 수 있을까.
국화향 헌화하는 그 꽃 사이에 오늘의 저 모습을 나는 볼 수 있을까.
아니, 내 영정사진을 누님께서 먼저 볼수도 있다.
세월은 쉴새없이 흘러만 가고
죽음에는 아무런 순서도 차례도 없는 것이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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