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의 토요일.
날씨는 모처럼 쾌청 한데 서해안 쪽 하늘에는 새털구름 몇조각이 곱게 수를 놓고 있다.
이런 날 서해안엔 낙조가 일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세시무렵에 서울을 떠나 제부도 인근 탄도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하늘은 푸르고 바람도 선선하게 부는 초가을 날씨가 계속된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내마음은 일렁이는 바닷물과 서쪽으로 기울어 가는 붉은 노을을 앵글에 담는다.
사진찍기 좋은 이런 날씨와 예쁜 구름이여 제발 그자리를 지켜다오.
두시간쯤 지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쪽으로 번져가는 조각구름 사이로 태양이 눈부시다.
아직은 일몰사진이 아닌 구름사진 몇장을 찍었다
그런데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이 여기에서도 작용한다.
해는 수평선을 향해 너머갈 무렵인데 먹구름이 서쪽 하늘을 덮어 태양을 완전히 가리고 만다.
이런 세상에...
혹시나 하고 해질무렵의 반짝하는 빛을 잡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나 외의 많은 사진 마니아들.
그러나 역시 현실은 내마음대로
혹은 방파제에 앉아 일몰를 기다리는 많은 사진가들의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빨간 구름사이로 빛나는 둥근 태양은 볼 수가 없다.
가벼운 실망만을 안겨주고 날씨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때 여러마리의 여름 철새떼가 수놓듯 어둑한 하늘을 덮는다.
해 저문 하늘에 떼지어 날아가는 철새떼.
이런 장관의 영상이라도 카메라에 담았어야 하건만.
그러나 이때는 이미 카메라를 가방에 챙겨 넣은 뒤였다.
다음을 기약하고 귀가길의 엔진에 시동을 건다.
일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안산시 탄도항을 이렇게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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